라오스-여행을 마치고
머나먼 귀국 길
2009년 8월 22일(토), 왕궁 박물관 부속건물에서 구입한 사진집 계산이 잘못되어 다시 갔습니다. 아마도 달러와 Kip을 함께 지불하는 바람에 서로가 좀 헷갈린 것 같습니다. 닫힌 문 (open : 8:00~11:20 / 1:30~3:50)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차액을 돌려받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스콜이 내렸습니다. 비를 피해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그냥 비를 맞고 숙소에 도착하였더니 제가 1등으로 도착한 겁니다.
이미 체크아웃하고 숙소에 짐 가방만 따로 보관 중이어서 외부 화장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비를 피해 뒤에 도착한 일행과 합류하여 콜밴을 타고 루앙프라방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프로펠러기를 타고 비엔티엔에 도착한 후 다시 일행을 따라 Family Hotel에 들렀다가 꼽짜이 식당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한 후 일행과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다시 숙소로 와서 Van을 불러달라고 하니 2인에 7$(약 60,000 Kip)라고 비싸게 불러서, 지나가는 툭툭 (40,000 Kip)을 타고 비엔티엔 공항으로 왔습니다.
8시쯤 공항에 도착해서 하염없이 기다리니 방콕행 비행기 출발이 지연된다는 방송이 연속으로 나옵니다. 방콕 공항의 기상 악화로 방콕에서 비엔티엔으로 우리를 태우러 오는 타이항공의 비행기 출발이 2시간 지연됨에 따라 21:05분 출발 예정 비행기가 11:00시 출발해서 11:45분 방콕 공항에 도착하였고, 결국 방콕 공항의 인천행 비행기가 이미 출발해버렸답니다. 공항 카운터에서 다시 비행기 스케쥴을 확정 받고, 타이항공이 제공하는 공항호텔에서 한 밤 자고 예정에 없던 대만을 경유하여, 8월 23일(일) 오후 4시 20분 도착 예정시간(오전 7시 10분)을 9시간 오버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출국하기 전 미리 예매한 부산행 고속버스 표를 20% 위약금을 내고 환불 받은 후, 김해행 비행기를 타고 귀가하니 밤 9시였습니다. 24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대기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있었으니, 이동 거리에 비해 긴 시간의 여행을 한 것입니다.
------------------------------------------------------------
여행 준비하기
1. 책 읽기
카페에 라오스 여행 공지가 뜬 것은 6월 21일, 6월 25일 여행 신청을 하고, 8월16일 출발하기 전까지 약50일 동안 나름대로 여행 준비를 했습니다.
라오스 관련 도서 5권(베트남, 캄보디아.라오스, 방콕 & 태국 북부, 중국 윈난 - 론리 플래닛 트래블가이드 시리즈 / 사바이디 라오스 - 현지 대사가 들려주는 생생한 라오스 이야기 /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라오스편 /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3 - 중국 라오스 미얀마 편 /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을 읽고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익혔습니다.
2. 카메라 구입하기
그동안 벼르던 5d MarkⅡ 카메라 바디와 24-70L f2.8L 렌즈를 구입하였습니다. 여행 출발 전, 소지하고 있는 카메라 3대를 꺼내놓고 무슨 카메라를 들고 갈 것인가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최근에 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갔습니다.
3. 집안일
여행으로 인한 부재 기간 만큼의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마트를 몇 번이나 들락거리며 냉장고를 꽉 채웠고, 반찬을 만들고, 빨래와 다림질을 수시로 해댔으며, 집안 대청소를 하고, 은행 관련 일을 체크하고, 직장에 나가서 공무외 국외 자율연수결재를 받고, 병원에 가서 건강을 체크하고, 30일 동안 들을 원격연수를 15일 만에 끝내느라 하루 3시간씩 컴퓨터로 강의를 듣고,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느라 몸이 피곤하고 일에 지쳐서 ‘아,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여행을 가야 하나’하고 잠시 생각을 했으나, ‘아니지, 어떤 수고를 하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야’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
여행지에서 느낀 점
왜 하필이면 라오스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개방이 되기 전, 자본주의에 덜 오염된 지금이 여행의 적기가 아니겠냐고 대답했습니다.
비엔티엔-방비엥-루앙프라방 일정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은 곳은 루앙프라방이었습니다.
비엔티엔은 다른 나라의 수도에 비해서는 조용한 편이나 자본주의 물결이 한창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번잡한 곳이라,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선택하면 좋을 듯 합니다.
방비엥은 스포츠 액티비티(튜빙, 카약킹, 동굴 탐험, 점프)를 좋아하거나, 오토바이의 속도감을 즐기거나, 시끄러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싶거나, 바에 앉아 뒹굴거리며 TV를 보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열대과일과 맛있는 식사를 제공받고 싶거나, 깨끗한 공기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밤 문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도시입니다.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외국인 청년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3개월 계획으로 동남아를 여행하고 있는 그 청년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루앙프라방인데, 다른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다가 번잡함과 더위에 지쳐서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루앙프라방에 왔다고 했습니다.
루앙프라방에 한 번 무심코 발을 딛게 되면 다음에 꼭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다시 찾게 된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루앙프라방에 머문 시간은 고작 2박 3일에 지나지 않아, 언뜻 본 첫인상 외에는 별로 말할 게 없고 오히려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일상에 지쳐 쉬고 싶거나, 여행지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해 뜨는 것과 해 지는 것을 보고 싶거나,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홀로 걷거나,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와도 눈을 맞추고 싶거나, 자신의 깊숙한 내면과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루앙프라방의 분위기가 적당할 듯 합니다.
다음에 루앙프라방에 와서 오래도록 머물면서,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이른 아침과 저녁 무렵에 시가지를 산책하고 싶습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