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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지수2 2011. 6. 5. 15:14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 해나무 / 우석균 지음 / 18,000원


 

페루 : 쿠스코와 마추피추

 

안데스 고원에서 태초의 오케스트라,

별빛 오케스트라의 태초의 음향에 녹아들어 안데스가 내뿜는 숨결의 일부가 되다.


볼리비아 : 티와나쿠 문명


티티카카 호수 : 고도 해발 3800미터, 주변에는 세 개의 산맥이 있어서 해발 5000-6000미터에 달하는 설봉들과 몽실 구름들이 저마다 천상의 비밀을 몰래 속삭여주는 듯 하다.
또한 물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티티카카 호수에 구름이 투영되면 수초와 구름이 한데 어우러져 멋들어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피리 구멍'이라는 뜻의 케나는 잉카 시대 이전에 생겨나 안데스 전역에 퍼진 악기이다. 오늘 날 전해지는 안데스 전통 음악이 대체로 애상적이지만 케나가 가장 애틋한 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누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선지 케나에 얽힌 전설들도 애틋하기 짝이 없다.

페루의 소설가이자 인류학자인 호세 마리아 아르게다스가 20세기에 채집한 다음과 같은 시가 그 애틋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 애틋함의 극치는 사랑하는 사람의 뼈로 케나를 만들었다는 전설일 것이다.

 

아무도, 아무도 없이 나 홀로 남았네.

초원의 외로운 꽃일 뿐인 그녀와 그녀의 슬픈 그림자.

 

너무도 걱정스러워 입에서 케나를 뗐네.

그녀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너무 많이 울어 그녀 목소리가 쉬었네.

 

삶이 이럴 수가 있을까!

길은 모두 사라지고 나를 감싸주던 것들은 죽고 없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사라졌네.
(채집, 번역 : 호세 마리아 아르게다스)

 

 

헤수스 라라가 채집하여 <케추아 시>에 수록한 <만차이 푸이투 전설>이 대표적이다. 18세기 중반 포토시에 있는 한 성당의 인디오 사제가 그를 시중들던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가 상급자의 명을 받아 리마로 가 있던 중 인디오 처녀는 그리움에 지쳐 죽고 만다. 포토시에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제는 밤마다 그녀를그리워하다가 어느 날 그녀의 무덤을 파헤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의 경골을 빼내 케나를 만들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노래를 만들었다. 이후 사제는 완전히 실성하여, 안데스를 유랑했다. 볼리비아에 전해내려오는 노래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그저 그녀의 무언가가 필요해.

그녀의 분신인 뼈를 하나 가슴에 품어야지

이내 손으로 케나를 만들어

내 눈물을 울게 할 거야

그녀가 영원으로부터

태초로부터

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 단지 내 케나의 서러운 푸념일 뿐


 
2006/07/02